어린 아이와 그 아이의 어머니인 여성분이 각각 한 자리씩 앉아 있었는데 그 여성분에게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한자리를 만들어 주면 안되겠냐는 부탁을 하셨다. 그런데 그 여성분은 자신도 다리가 불편하니 양보해 드릴 수 없다고 딱 잘라 거절하였다.
할머니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셨고 주변 사람들도 당황해하는 와중에 몇몇 사람이 자리를 양보해 드리려 엉덩이를 들려고 했는데, 그 여성분 바로 앞자리에 앉은 한 남성분이 적극적으로 자리를 양보하여 할머니는 편하게 앉아서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남성분이 그 여아의 아빠이자 그 여성분의 남편되는 분이었다. 차가 막혀 도착이 늦어지자 그 여성분이 아이를 무릎에 앉혀 남편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그 할머니는 그 남성분이 앉는 모습을 흘깃 보셨고..
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노인분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미덕이지 의무는 아니다. 그러니 자신의 다리가 떨어져 나갈 것처럼 아프다면 도저히 양보하기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리가 굉장히 아파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참아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버스에서 내려 남편에게 짜증을 내는 모습은 참 당혹스러웠다. 남편을 위해 자리를 만들어 줄 때 뒤를 돌아보며 '째려' 봤다며 분을 참지 못하며 화를 내었다.
그 할머니가 뒤를 흘깃 돌아본 이유는 세상에서 그 할머니만 알 것이다. 어쩌면 정말로 자신에겐 안 만들어주던 자리를 남편을 위해 만든 것이 얄밉게 생각되었을 수도 있고, 어쩌면 자신을 위해 자리를 양보해준 남성에게 미안해 하다가 뒤늦게라도 앉아가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자신을 기준으로 삼아 해석한다. 아마 그 여성분은 나중에 늙고 불편해져서 그런 상황을 겪게 된다면 과거의 자신과 같은 여성을 보며 얄미워 할 그런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착한 남편에게 버스에서 만난 얄미운 여자에 대해서 험담하겠지..
어린 아이가 엄마보다는 아빠를 보고 닮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