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26.
단렌즈 + 알고리즘
광학에서 렌즈는 자이델의 5대 수차라는 왜곡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카메라 등의 영상 측정 장치에서는 이런 수차를 보정하기 위해 여러계의 렌즈 구성을 잘 설계해서 조립한 복잡한 렌즈군을 채용한다. 당연히 수차가 적은 좋은 렌즈는 가격이 비싸지게 된다.
어제 본 기술에서는 가격이 싼 단렌즈(하나의 렌즈)로 영상을 획득하고 영상의 수차를 연산을 통해 후처리로 보정하는 것을 보여주었다.(단렌즈 이미징 - 아래의 영상 참조)
SimpleLensImaging Heide2013 from Felix Heide on Vimeo.
'외계력이 쩐다.'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지만, 기술적으로는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쉽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필요한 기반 기술이 이미 오랬동안 연구되어 왔다는 의미에서 이다.
뜯어서 보면, 단렌즈+센서가 구성된 상태에서 색상별로, 위치별로 Point Spread Function(PSF)를 얻어서 측정된 이미지를 PSF를 이용해 Deconvolution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다. 일전에 Adobe에서 시연한 deblurring 기술과 본질적으로 유사하다.
다만 두 기술에는 결정적으로 큰 차이가 존재하는데, PSF를 획득하는 방법이다. 단렌즈 이미징은 이미 원본을 아는 이미지를 단렌즈로 측정한 후 왜곡된 영상과 원본을 비교하여 PSF를 획득하였고, Adobe는 이미지 자체를 분석해서 PSF를 획득하였다.(당연히 Adobe의 PSF 획득 기술이 어렵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단렌즈 이미징의 알고리즘은 요즘 기준으로 허들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 (개발자들의 노고를 깍아 내리려는 것은 아니다. 알고리즘을 최적화 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이미징 시대가 열리고 단렌즈 이미징이 개발되는데 걸린 시간이 이상하게 길다.
그 이유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런 발상을 하지 못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디지털 이미징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빛을 더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들에게 빛은 굉장히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대상이다. 영상을 다루는 사람은 RGB 세개의 요소로만 생각해도 괜찮지만, 그들에겐 빛은 굉장히 다양한 (연속적인) 파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상을 다루는 사람들에겐 색수차인 것도 그들에겐 '파장'수차인 것이다. 그들은 줄곧 파장 수차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해 왔을 것이다. 하지만 단렌즈 이미징 기술 개발자들은 단어 그대로 '색'수차를 보정하면 된다고 간단히 생각한 듯 하다. (기하 수차의 경우도 광학 보정과 디지털 보정간에 차이가 존재하지만 여기서는 논외로 하였다.)
그 관점에서 보면 단렌즈 이미징 기술은 한계를 갖는다. RGB로 변환된 이후의 영상을 후보정 한 것이므로 각각의 'R', 'G', 'B' 안에는 넓은 파장의 광원들의 수차들이 누적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 수차들은 후보정으로는 보정할 수 없는 전산 기술의 한계이다. 하지만 단렌즈의 가격과 소개 영상에서 보여주는 결과물을 생각하면 상당한 파급력을 갖을만한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현단계에선 휴대용 기기에서 처리하기엔 꽤 큰 연산 능력이 필요하겠지만 곧 해당 알고리즘을 하드웨어 단에서 처리하도록 칩을 제작하면 보급도 간단해 질 것이고, 무엇보다 스마트폰 같은 부실한 광학계를 갖는 영상 장치의 결과물 수준이 크게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개인적으로 카메라 외에 현미경으로의 적용도 기대된다. 요즘은 연구도 데이터가 중요해서 현미경이 눈을 위해 사용되는 경우보다는 카메라를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은데, 이 경우 저렴한 수십만원대의 대물렌즈로도 기존 수백~수천만원대의 대물렌즈와 그리 큰 차이가 없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2013. 4. 13.
늦은 시각에 영화관에서 쓰레기 분류하시는 노인분들을 보았다.
심야 영화를 보고 나니 이렇게 늦은 시각. 영화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하며 즐겁게 상영관을 나서는데 팝콘통과 음료컵을 하나하나 받으면서 실시간으로 분류하고 계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보았다.
심히 복잡한 기분. 우선 '이런 늦은 시각에 굳은 일을 하시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래도 폐지를 줍는 것 보다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으신건가 하는 생각'도 들면서 우리 사회의 노동 구조에 대한 불완전성을 다시 보게 되었다.
Location:메가박스 영통점
2013. 4. 9.
"실수를 벌하지 말라" 글을 읽고 잠깐 생각에 잠기다.
'개발자가 행복했던 회사' KTH의 전 부사장 박태웅씨가 텀블러에 '실수를 벌하지 말라'라는 제목의 글로 전 서정수 사장과의 이야기를 올리셨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았다.
몸 담았던 랩(NMDID)의 치프이신 이순일 교수님도 랩에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같은 내용의 발언을 하셨었기에, 평소 다른 좋은 글들을 읽을 때 보다도 더 깊게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문제가 생겼을 때 해야할 일은 그 책임을 누구에게 지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앞으로 어떻게 비슷한 문제가 생기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을까에 있고, 그를 위해서는 실수한 사람을 찾아서 벌하는 것은 악영향을 미칠 뿐이니 절대 벌하지 말고 문제 해결 및 예방에 노력하라는 내용의 말씀으로 기억하는데, 인용한 글과 거의 같은 논조의 말씀이었다.
하지만 실험실의 멤버들을 모두 과중한 업무에 짖눌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왜 내가 다른 사람때문에 피해를 입어야 하는가?'라는 생각에 짖눌려서 이성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범인을 찾자며 핏대를 세우기 일수였다. 나는 오히려 그런 의견들과 싸워가면서 랩미팅 시간에 문제를 공개적으로 알리고 같이 해결책을 논의하는 문화를 도입하자고 주장했지만, 어떤 문제든 교수님들 귀에 들어가는 상황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 문제 외에도 대학원생들은 이상할 정도로 에고가 강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도입하는 것들을 매우 싫어해서 박태웅씨의 글 말미에 정리된 해결책인 "적절한 체크리스트와 자동화"가 들어서긴 매우 힘들었다. 나만 해도 체크리스트를 싫어해서 무시하기 일수였으며 대학원생에겐 무엇보다 중요한 문서화를 소홀히 해서 맨날 혼나면서도 끝끝내 그런 태도를 고치기 힘들었을 정도이니… (다만 자동화와 분업화는 매우 좋아했다. 자동화/분업화를 싫어하는 보수적인 선배와는 상당히 자주 다투기도 했고..^^;)
박태웅 씨의 글에서도 1년 내내 한결같이 그 분위기를 유지해 나가서야 직원들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했을정도이니 실험실에 그런 분위기를 도입하고 적용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아무리 힘들더라도 이런 가르침은 마음 깊숙히 새겨두고 항상 실천해야 할텐데, 누군가 자꾸 상기시켜주지 않으면 잊어버리게 되니 큰일이다. 내게 처음으로 이런 가르침을 주셨던 이순일 교수님과 다시 상기시켜 주신 박태웅씨에게 다시 마음 속으로 조용히 감사드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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